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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과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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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과 자영업자
  • 나병문 경영학박사
  • 승인 2019.06.1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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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경영학 박사
나병문 경영학 박사

최저임금과 자영업자

나병문 경영학 박사

 

김동연 부총리가 최근 고용 부진 원인 중의 하나가 최저임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9월 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서 한 말이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중 대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최저임금’에 대하여 경제 수장이 한 말인 만큼 결코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김부총리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도 단위기간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부의 경제 수장으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 11일 "인구 구조 변화, 경기 상황만으로는 고용부진의 원인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자료에는 “한국 경제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 결과도 있었다.

그동안 청와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고용 부진의 원인이 인구 구조 변화와 경기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은 26일 "최근의 고용·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성장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보면 앞으로도 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현상을 놓고 정부 내에서도 왜 이렇게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의 길이 결코 순탄치 않을 거란 걱정이 앞선다. 현실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연구기관의 속성이다. 그런 연구기관인 KDI의 분석과 경제수장의 판단이 경제정책의 운용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 한다면 작은 문제가 아니다.

현실을 들여다보면, 최저임금이 두 해에 걸쳐 약 29%가 증가함에 따라서 자영업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다. 7월 24일 조직된 소상공인연대는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을 선언하고 저항 중이다. 750만 명에 달하는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폐업위기에 몰렸다면서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럴 계획이 없어 보인다.

최근의 내수부진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최저임금 문제로 더 힘들어진 자영업자의 매출이 작년보다 1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기다가 7월부터 시행된 근로시간 단축도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니 이야말로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그 결과 자영업의 폐업률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폐업하는 업체수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으로 직원을 고용하는 대표적인 업종인 편의점의 가맹점주협회는 12일 “나를 잡아가라”며 최저임금이 무리하게 결정될 경우 동시휴업도 불사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 아르바이트생보다 더 적게 벌어간다며 이대로는 영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편법으로 시간을 쪼개 여러 명의 직원을 두는 업소가 많다. 야근과 주말 수당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이거나 1인당 1주일 근무시간이 15시간 이하면 시간외근무 수당이나 주휴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이런 사항을 다 알면서 수용하기로 하고 고용계약을 맺는다고 한다. 그런 조건이라도 일할 곳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딱하기는 양쪽 모두가 마찬가지다. 8월 15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하여 불복종을 선언한 소상공인들이 법정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주기로 근로자와 이면 합의하는 '자율 임금' 계약이 확산되고 있다. 인건비 부담 능력이 안 되는 소상공인과 일자리가 급한 저소득 구직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주 한 설문 조사에선 편의점에서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고 아르바이트 한다는 근로자 응답이 55%에 달했다. 소상공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의견도 속출하고 있다. 원로경제학자 중 한 명인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가계 임금소득을 늘릴 수 있지만 영세 자영업자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갈 수 있다든지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처럼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게 유연성을 발휘하여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고용 동향’에 따르면 8월 취업자 수는 2690만7000명으로 지난해 8월과 비교해 3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실업자 수는 113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만4000명 증가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36만4000명 이후 최고치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들을 지켜주고 잘 살게 하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 잘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정부도 신이 아니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경우에 필요한 것은 정책의 실패 또는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방향을 조정해가는 자세다.  전면적인 전환이 아니라도 좋다. 현실적인 요소를 반영해가며 수정하면 되는 것이다. 이미 정해진 인상률을 바꿀 수 없다면 최저임금의 업종별 지역별 차등적용을 고려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대다수의 저소득층 국민들이 좋아한다면 그것이 곧 좋은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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