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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족발 사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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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족발 사태’의 교훈
  • 나병문 경영학박사
  • 승인 2019.06.1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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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경영학 박사
나병문 경영학 박사

‘궁중족발 사태의 교훈

- 상가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 국회 통과를 보며 -

나병문 경영학 박사

 

충격적인 사건 하나가 있었다. 서울의 종로구 서촌에서 ‘궁중족발집’을 운영하던 김모씨가 건물주를 향해서 망치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사건이다. 단순한 폭행 사건이 아니다. 건물주가 과도하게 임대료를 올리자 두 사람은 오랫동안 갈등을 겪어왔다.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자 참지 못하고 울분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한 것이다.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성을 잃은 김씨의 행동에 동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생계를 위해서 끝까지 버티다가 자포자기식 심정으로 행한 범죄행위이기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한마디로 돈이 부른 비극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그런 유형의 갈등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영세자영업자들이 자기 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건물주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장사를 하는데, 원치 않은 시기에 건물주가 요구하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어렵게 장사를 시작해서 몇 년 동안 노력하면 어느 정도 기반을 잡게 된다. 매출이 올라가고 수입도 늘어나기 시작하면 장사하는 재미가 생긴다. 딱 그때쯤 건물주가 가게를 비워달라고 하면 어떤 심정일까.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충격이다. 이런 억울한 현상이 발생하는 데는 임차인에게 불리한 법이 크게 한몫을 했다고 본다, 그동안 이 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줄곧 있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지난 9월 20일에 상가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임대료 분쟁이 폭행 사건으로 비화한 ‘궁중족발 사태’의 재발을 막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주요 내용을 들여다보자. 우선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다. 10년간 건물주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임차인의 재계약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임차인은 이전에 비해 오랫동안 안심하고 영업을 할 수 있다. 단골손님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서 한결 영업환경이 나아지게 된다.

또한 임차인의 권리금 보호 기간을 현행 ‘계약 종료 3개월 전부터 종료 시’에서 ‘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로 연장했다.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여유를 가지고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전통시장 내 상가임차인을 권리금의 보호대상에 포함시키는 조항과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하는 조항도 눈에 띈다.

이번 법의 개정 취지는 상가임차인의 안정적인 영업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열심히 영업을 하면서 상권 활성화에 기여했는데 정작 본인은 급등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법이 바뀐다고 임차인들이 마음 놓고 장사하게 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 가진 자들은 교묘하게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한다. 아무리 좋은 법이라 하더라도 운영 과정에서 ‘정의’가 사라진다면 억울한 약자는 계속 생겨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신설되는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활성화해야 한다. 임차인이 분재조정위원회에 임대인과의 분쟁 조정을 신청했을 때 임대인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임차인의 분쟁 조정 신청이 각하되는 조항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다른 수많은 위원회들처럼 유명무실하게 운영된다면 제2. 제3의 궁중족발 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법안의 통과를 보면서 법조문 보다 중요한 인간의 이성과 정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법 개정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용되어, 다시는 궁중족발 사태와 같은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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