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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개월 딸 유기치사 부모 무죄…친모 "죽인게 맞는데 왜 무죄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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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개월 딸 유기치사 부모 무죄…친모 "죽인게 맞는데 왜 무죄냐"(종합)
  • 조은혜 기자
  • 승인 2021.09.02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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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금준혁 기자 = 생후 2개월 된 딸을 출생 신고도 하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친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자신이 공범이라고 주장한 친모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앞서 검찰은 친부에게 징역 20년, 친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유일한 직접 증거인 친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2일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44)와 부인 조모씨(4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은 2010년 10월 생후 2개월 된 딸을 학대하고 방치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던 아이의 사망 사실은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2016년부터 김씨와 따로 산 조씨가 2017년 경찰에 자수하며 사건이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시신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직접증거는 조씨의 자백이 유일하기 때문에 조씨 진술의 신빙성이 핵심 쟁점이 됐다.

조씨 진술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의 친딸이 맞냐고 의심하며 영아에게 필수인 예방접종을 한 차례도 하지 않는 등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결국 아기는 2~3일간 고열이 지속되다 눈을 뜬 채 사망했다.

아기가 숨진 뒤에는 시신을 이불과 포장지로 싼 뒤 가방에 넣었다가 화장실로 옮겨 한 달 간 보관했다. 이후 나무판자로 관을 만들어 흙과 함께 시신을 넣고 밀봉해 6년간 집에 보관했다고 조씨는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를 본 적도 유기한 적도 없다는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자료 중 공소사실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조씨의 진술이 유일한데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시신을 상온에 방치하면 부패하고 악취가 발생하는데 딸과 함께 사는 화장실에 보관했다고 믿기 어려우며 사망 1개월 후 나무상자에 넣어 보관했다고 하나 악취가 나는 나무상자를 6년간 들고다니며 생활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유기했다는 시신에 대해서도 "2019년 3월15일 문을 강제로 열어 조씨가 지목한 곳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나무상자나 어떤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조씨가 김씨로부터 도망쳐 나와 가정폭력에 관해 진술할 때 피해자 사망에 관한 중대한 진술을 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아빠가 썩은 방이라고 못 들어가게 테이프로 막았다'는 조씨 딸의 진술도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기에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증명력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무죄 판결이 나오자 법정에서 두 사람의 딸로 추정되는 A양(13)이 "아이가 죽었는데 상식적으로 어떻게 무죄냐"며 벽에 얼굴을 대고 울기도 했다.

조씨는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죽은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어떻게 안고 살아야 하나"며 "한번도 거짓말 한 적이 없고 처음부터 있는 그대로 사실만 말했는데 이제 (시신을 보관했던) 나무 합판과 시트지로 관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신의 행방을 묻자 "아이가 죽었기 때문에 죽었다고 말씀드린 것"이라며 "냄새는 났지만 역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조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그는 "검찰이 20년을 구형했는데 무죄는 너무하지 않나"며 "제가 곧 증인이자 증거인데 제 말을 안 믿고 무죄가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조씨는 경찰에 신변보호도 요청할 예정이다. 그는 "딸이 초등학생인데 김씨가 나와 딸의 주민등록번호를 다 알아 외출도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해 신변보호를 요청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조씨 측 변호인과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김씨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김씨는 2019년 1월 조씨와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그해 11월 열린 선고공판에 나오지 않고 잠적한 바 있다. 그는 올해 5월 서울 강서구의 노상에서 경찰에 전화해 자신이 지명수배자라는 사실을 밝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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