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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 진단과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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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 진단과 결론
  • 나병문 경영학박사
  • 승인 2019.06.1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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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경영학 박사
나병문 경영학 박사

최저임금 - 진단과 결론

나병문 경영학 박사

 

필자는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한 지난 글들을 통하여 최저임금에 대한 정부정책이 경제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으며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러던 차에 최근에 大韓商議에서 정부에 제출한 건의서를 보고 이에 공감과 지지를 표명한다.

大韓商議는 9월 27일 정부에 제출한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합리적 개선방안’에 관한 건의서를 통해 현행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지난 30년간 경제 상황이 많이 달라졌음에도 변경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돼왔다며 그 결과 매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갈등이나 결정과정에서의 사회적 혼란과 비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현행 최저임금 결정구조에 대해서는 합의 없는 표결, 공익위원 주도, 객관적인 근거 부족을 3대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이제는 시스템에 기반한 합리적인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갖춰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은 용기 있는 건의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저임금 결정 3단계 프로세스’를 제안했다. 노사와 전문가,  정부가 모두 참여하되 각자 역할을 나눠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소득개선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함께 일자리나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살펴야 할 때”라고도 하였다.

大韓商議는 현 정부에 우호적인 경제단체로 알려져 있다. 그런 단체에서 정부정책의 실행방식에 대하여 바꿀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건의를 한 것이다. 상공인들을 대표하는 책임 있는 단체로서 충분히 검토하고 내린 결론이라고 생각된다. 정부 정책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충정과 더불어 이 땅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고뇌가 느껴지는 건의서다. 정부는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이 건의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10.9% 오르면서 내년 한 해 실업급여 예산만 2500억 원 넘게 더 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급여액은 최저임금의 90% 이상 주도록 규정돼 있어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실업급여액도 올라간다. 또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자동으로 재정이 더 투입되는 출산휴가급여, 산재보험 등까지 더하면 내년에 2800억 원 더 들 거라는 계산이다.

지난 9월 18일,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등 10개 경제단체는 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그에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반대 입장을 밝히고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개정안에서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8월 발표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보면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급 계산 시간 수’를 정할 때, 실제 일한 시간인 ‘소정 근로시간’ 외에 ‘일을 하지 않지만 유급으로 처리하는 시간’(주휴시간)까지 합산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경제단체들은 “주휴시간은 실제 일을 하지 않은 시간으로, 기업 입장에서 보면 어떤 생산이나 서비스도 존재하지 않는 가상적인 시간”이라며 “이런 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하는 건 사회 통념적으로도 맞지 않고 기업의 부담을 지나치게 가중한다”고 주장한다.

출구전략 모색해야

정부와 함께 국정을 담당하는 여당의 최저임금에 대한 입장을 보여주는 장면 하나를 소개한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7일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제가 만나본 많은 상인들은 최저임금 문제에 직접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며 “오히려 장사가 잘 되어서 우리도 임금을 많이 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문제는 최저임금에 따른 어려움이라기보다 누적되어 왔던 경기불황과 전통시장의 상가의 위기가 계속적으로 누적되어 왔던 위기가 지금 현재 국면의 어려움을 초래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의 주장을 듣다보면 ‘요지부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최저임금에 관한 정부의 입장 또한 그동안 강고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몇 가지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 장관 경제현안간담회에서 “최근 기업과 시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등에 대한 정책 수정ㆍ보완 필요성 검토 등에 대해 논의를 했다”며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마련해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에서는 신임 이재갑 장관의 지시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시장 영향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조치들이 곧바로 정부의 정책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잇달아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서 좀 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어떤 정책이든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두루 도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를 가진 정책이라 하더라도 어느 한 쪽을 위해서 다른 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법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하물며 양쪽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일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저임금 정책도 이제는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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